2008년 05월 10일
달려라, 아비: 다시 만난 김애란

2006년 2학기.
회사와 학교를 오가며 미친듯이 바뻤던 당시...
(학교 2일 나가고 21학점 땄다. 나는야 근성가이...)
[한국현대문학의 이해]라는 강의를 야간교양으로 들었다.
전공과목이 아닌 교양수업이고 게다가 야간.
학생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고단한 하루 일을 마치자마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 직장인들이었던 터라
심도있고 빡빡한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분위기였다.
교수도 사정 뻔히 알기 때문에 그저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 현대 한국문학작품들을 감상하고
그 작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수준에서 수업을 진행시켜나갔었다.
주로 현대시와 단편소설들을 읽어오는 과제를 내주고 수업시간에 그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 하며
교수가 그 해석과 평과 이해를 위한 주변설명을 도와주는 방식이었다.
원래 책과는 담을 쌓고 살던 본인이기에 문학작품이라고는 교과서나 참고서에 실려 있는 것들을
깨작깨작 읽어본 것이 전부였고 당연히 대학 진학 후 책에는 손도 까딱 안 했다.
심지어 남자들이라면 한 번 쯤 거쳐 가는 환타지소설과 무협지도 한 권 본 적이 없을 정도.
그랬던 탓인지 비록 반 강제로 읽었지만 수 년 만에 다시 접한 소설들은 매우 흥미로웠고...
그 흥미로웠던 여러 작품들 중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것이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왜 여러 단편소설 중에 하필 [달려라, 아비]가 꽂혔을까.
다른 소설들도 충분히 좋았고 재미있었으며 아직까지 그 때 감각이 남아 있는 작품들도 있지만
이 작품은 여러모로 새롭고 특별했음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교수가 작가에 대해 설명하면서 김애란을...
2003년도에 갑자기, 홀연히 나타난 당돌하게 글을 잘 쓰는 어린 작가... 라고 소개 했다.
본인과 겨우 1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 나이임에도 글에 담아내는 무게와 깊이가 남다름을 느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남다름이 20대 작가의 젊은 문체와 감각으로 짜여져 있다는 점이다.
정말 당돌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과연 저 당돌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어떤 분위기를 풍기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달려라, 아비'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다시 한 번 접해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구입하였다.
어쩌다보니 책의 표지 디자인이 저 모양이라 저걸 보고 내용의 분위기를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
보기와는 다르게 본 책의 알맹이는 삶과 주변과 자아의 밑바닥을 박박 긁어대는 소설들이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사람과 사회와의 관계를 독특한 방법으로 해석하고 재치넘치는 문장에 싣는다.
문장 자체를 읽는 맛이 있달까...
마치 목소리라기보다는 억양이나 발음, 호흡 같은 것들이 귀에 착 달라 붙는 사람과의 대화 처럼...
결과적으로 [현대한국문학의 이해] 수업 덕분에 이 작품과 김애란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대학을 졸업하고 [달려라, 아비] 하나 복사된 프린트가 아닌 소설집으로 다시 만났으니...
문학작품과 거리가 멀어진 대학생들, 책을 읽더라도 실용도서 읽기 바쁜 사회인들에게
현대한국문학을 소개라도(!) 해보고자 했던 황효일 교수의 의도는
적어도 본인에게 만큼은 성공적으로 효과를 미친 것 같다.
다음에 기회 되면 김애란 작가의 다른 소설집인 [침이 고인다]도 읽어봐야겠다.
(재작년에 들었던 전공도 아닌 교양 수업 교수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보지 맙시다.)
(이와 관련하여 곤욕을 치루었던 아픈 추억이 있스빈다...)
# by | 2008/05/10 04:09 | 도서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